건설사들은 최악의 시련을 맞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크게 늘어난데다 잘 나가던 분양시장마저 고꾸라집니다. 여기에 자금조달 창구까지 막혀버린 거죠. 건설산업의 주요 자금줄인 PF가 하반기부터 올스톱되면서 신규 사업 중단사태가 속출 합니다.
한 부동산 시행사는 서울에서 토지 매입을 추진하다가 PF를 일으키지 못해 사실상 '땅작업'을 중단합니다. 연초에 3.5%였던 증권사 PF 대출금리가 지금 선순위 대출은 10%, 후순위 대출은 20%까지 치솟았는데도 대출을 해주겠다는 곳이 없습니다. 또다른 시행사는 대구에서 준비하던 신규 분양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대구지역 집값 하락으로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 /뉴시스
건설업계는 PF 부실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우려합니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데 PF 대출은 막혔고, 공사비는 최근 20∼30%씩 상승한 상태여서 현금 동원력이 없는 중소형 시행사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정부가 선제대응하지 않으면 건설업계는 물론이고 우리 국가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대형 건설사들도 휘청거리긴 마찬가지 입니다. 시공능력평가 8위의 롯데건설이 자금난을 겪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정비사업의 분양이 늦어지면서 우발채무가 발생한 탓이죠. 롯데건설은 운영자금 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10월 18일 유상증자 2천억원을 시작으로 11월까지 계열사들에게 차입을 받습니다. 롯데캐피탈에서 5000억원, 롯데홈쇼핑서 1000억원 등 롯데건설은 한 달 만에 현금자산만 1조1000억원에 끌어모았습니다. 시장에서는 롯데건설의 부도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룹사의 손을 빌릴 수 있는 롯데건설의 부도 가능성은 적다고 보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진짜 '돈맥경화'의 위험은 작은 규모의 '나홀로' 건설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월별 주택 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추이 /fnDB
이런 우려는 11월 들어 더 현실화 됩니다. 일부 중견 건설사는 자금난이 심화하며 부도설까지 돌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태에서 집값 하락으로 신규 분양률이 저조하고, 입주율까지 떨어지며 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커진 때문이죠. 시행사, 건설회사, 하청업체들까지 줄줄이 타격이 예상됩니다. 현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형 건설사부터 연쇄 부도 공포가 엄습하고 있습니다.